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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31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뒤늦게 몇 가지 고백합니다. By Rebirth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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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된 곳: 카르테 한국 서버 자유게시판

작성일시: 2013-03-31 16:01:21

작성자: Rebirth



카르테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던 과거 올드유저 중 하나입니다.

 

데빌메이커를 하다가 문득 카르테 생각이 나서 오래간만에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서비스 종료라는 우울한 공지가 저를 놀리듯이 걸려 있네요.

 

카르테를 처음 잡았던 2011년 가을의 전율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매직 더 개더링의 확장판을 온라인으로 하는 느낌. 짜릿했죠.

한국에서 이런 섬세한 룰의 TCG가 온라인으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헤비유저가 되어 있더군요.

오프라인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신청서를 쓰고,

그게 뽑혀서 개발자 분들을 직접 뵙게 되었을 때는 어찌나 기뻤던지.

유저 분들과 개발자 분들 사이의 치열한 공방,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했던 뒷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 이 때 만나뵈었던 에론화이트님, 유희열님, 매의눈님, Dan님, 나이트메어님 등등, 다들 잘 지내시죠?

 

이렇게 많은 돈을 써 가면서 헤비하게 했던 게임은 마비노기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글로벌서버 오픈 직전, 2~3페이지 될까말까 했던 휑한 듀얼방 보면서

조금 더 많은 신규유저들이 정착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한동안 서포터즈 활동도 계속 했었고,

유저대회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제가 만든 규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각별한 추억이었지요.

글로벌 서버 열리고 다음과 제휴하면서 유저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는 마치 제 일처럼 뿌듯했습니다.

(아마 이때가 카르테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듀얼방 50개 정도는 우습게 볼 수 있었던 때니...)

 

이제 와서 고백합니다만,

제가 카르테를 접은 계기도 카르테 신규 기획자 모집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충격 때문이었어요.

차라리 그냥 제가 경력도 없고 능력도 존나 후져서 떨궜다. 라고 하셨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았을 텐데,

'운영의 방향성 차이로 부득이 탈락처리했다'는 답변을 들으니 더욱 황당하고 억울했지요.

(지금이라도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사석에서라도 꼭 묻고 싶습니다. 그 방향성 차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뭐, 철저히 저 하나만 생각하면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더욱 이빨 부득부득 갈면서 절차탁마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다른 곳에 입사하여 지금은 모 게임의 기획 및 운영을 맡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카르테가 보여준 많은 것들은 지금의 저에게 여러모로 반면교사입니다.

왜냐고요?

카르테는 기반 시스템을 정말 잘 만들어놓고도 운영 및 후속컨텐츠들이 받쳐주지 못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카르테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패착은 멀티유니온 도입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감은 있었지만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던 다섯 유니온은

멀티유니온 패치 이후로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 버렸죠.

과연, 유저 편의성은 접어두고라도, 매출 및 확장성 측면에서 이것이 최선이었을까요?

제가 카르테 유저 간담회 신청서에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카르테는 그 무한한 가능성의 10%도 아직 다 담아내지 않은 게임이다. 그렇기에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그게 제 착각이었지요. 멀티유니온이 도입되는 순간부터, 카르테의 그 '무한한 가능성'은 종잇장처럼 구겨졌습니다.

 

멀티유니온만한 패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공수표 남발입니다. 

네. 트레이드 이야기입니다.

 

트레이드 시스템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는 2011년 서비스 오픈 초기부터 꾸준히 있었지요.

이제 나온다 저제 나온다 유저들끼리 의견만 분분했던 상황에서,

개발진 분들은 글로벌 서버 오픈에 의한 환율 조정 문제로 도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온라인 답변도 아니고 간담회에서 많은 유저들의 면전에 대고 직접이요.

그러다가 GSP가 오픈된 후에도 트레이드 이야기가 없어 유저들의 문의와 불만이 빗발치자,

운영진 측은 '대규모의 유저 편의성 개선 패치들이 예정되어 있다. 그 중 1순위가 트레이드 시스템 도입이다.'

라는 답변으로 다시금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입니다. 그 이후 트레이드에 대한 그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서비스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기다렸습니다.

게임을 사실상 접고 난 후에도 수시로 게시판에 들락날락하면서 게임 소식들을 읽고

'그래도 그렇게 좋아했던 게임인데, 트레이드 나오면 복귀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올해 초까지도 기다렸단 말입니다.

왜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空約)으로 유저들을 농락하시나요.

애초에 개발 의사가 없으면 없다고 확실하게 이야기라도 해 주셨다면 이렇게 배신감은 안 느꼈을 겁니다.

 

해외 서버들이 버젓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도, 

오랜 시간동안 매출의 근간이 되어 준 국내 유저들의 데이터를 이전해주지 못하겠다는 뻔뻔스러운 작태는

마지막 순간까지 화룡점정을 제대로 찍으시며 뒷목을 잡게 만드네요.

도대체 마이그레이션 및 후처리 작업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채산성을 따지기 전에 기본적인 상도덕의 문제 아닙니까?

클베, 오베를 거쳐 서비스 초기에 국내 유저들이 카르테에 보여줬던 기대와 응원들을 생각해 보세요.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이것들을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처박겠다고요?

 

세상에는 금전으로 살 수 없는 값어치들도 있습니다.

엔크루라는 기업의 향후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이런 무책임한 마무리는 하시면 안 되죠.

 

저 또한 게임이 질려서 접은 게 아니었다고요. 귀사 방향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복귀할 의향이 있었단 말입니다.

 

 

...네. 이미 서비스 종료가 확정된 마당에 더 이상 이런 이야기들을 해 봤자 의미도 없겠네요.

카르테의 실패를 통해 엔크루도 많은 성장통을 겪었을 거라고 믿고 싶고,

부디 그 고뇌와 아픔들을 데빌메이커에서는 그대로 답습하지 마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카르테에 이어 데빌메이커, 이번에도 참 잘 베끼셨더군요.

밀리언아서+가디언크로스+퍼즐앤드래곤을 절묘하게 짜깁기해서 말입니다.

어찌나 세련되게 베끼셨는지, 처음에는 자체제작이 아니라 퍼블리싱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엔크루의 모바일 첫 진출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앱스토어 매출 1위 등극 축하드립니다. 부디 카르테보다는 세련된 운영을 보여주시기를.

 

웃기는 이야기 하나 더 해 드려요?

제가 한참 데빌메이커를 하고 있으니까, 같은 부서 직원들이 제 핸드폰을 흘끔흘끔 보면서

"뭐야 이건? 왠 짝밀아(짝퉁 밀리언아서)야?" 라고 한마디씩 하더군요.

거기다가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카르테라고, 졸라 잘 만든 국산 TCG가 있었어요. 그거 만든 회사에서 낸 게임이니까 밀리언아서보다 훨씬 나을 거에요."

...네. 지금도 카르테의 트리뷰트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진심 존나 짜증납니다.

이 빌어먹을 애증이 뭔지.

 

서비스 종료와 함께 많은 추억들이 사라지게 되겠네요.

그동안 주변의 많은 친구, 지인들에게 열심히 카르테를 전파했고

그 중에는 제가 게임을 접은 작년 가을 이후에도 꾸준히 남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초보자 서포터즈 할 때, 제가 맡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부디 6개월, 1년 후에도 같은 공간에 있어 주기를

휑한 듀얼방 목록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고, 개발진들의 인간미도 조금은 느껴졌었으니까요.

그 분들 모두, 어딘가의 TCG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데빌메이커를 포함한 후속 프로젝트들도 계속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겁니다.

그것들이 카르테의 테크트리를 답습한다고 판단되면, 냉정한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덧: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고백하죠.

엔하위키에 카르테 페이지를 처음으로 작성한 사람도, 주기적으로 갱신한 것도 바로 저였습니다.

그동안 괜히 유세부리는 것 같아 일부러 밝히지 않고 있었어요.

진짜 이 정도로 아끼는 게임이었는데...

아, 뭔가 가슴 속에서 울컥하네요.

Posted by Gravek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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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penest 2013.10.17 02: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에론씨 블로그인가요? 뭐 연구소 들어가신 다더니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카르테 검색으로 들어왔는데 왠지 짠해서 글 남깁니다. 요즘 하스스톤 하는데, 그때 에론씨도 한다는거 같았는데 안하시나 보네요... 어쨌든 하는 일 잘 되시고 힘내세요. 그럼

  2. Favicon of https://windroadstory.tistory.com BlogIcon WindRoad 2014.06.30 18: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카르테 검색어로 이것저것 찾다가 여기까지 온거 같습니다. 에론 화이트님 이셨나요... 정말 많은 추억을 안고 가는듯 합니다. 예전 그때 다같이 웃고 즐기던 때가 그립내요. 부디 앞으로 하시는 일들이 잘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