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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0 제 2회 인벤 하스스톤 토너먼트 후기 (4)

드루이드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2

성기사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5

사제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9

경기 동영상: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511&l=251


나는 21년 인생의 1/3을 TCG와 함께한 플레이어이며, 휴학중인 대학생이다. 이전에는 유희왕, 판타지 마스터즈, 카르테, 스크롤을 열심히 플레이한 적이 있다. 카르테에서는 나름 상위권에 속해있던 유저였고 "에론화이트"라는 이름을 썼다. 최근에 열린 스크롤 오프닝 토너먼트에서 8강에 드는 성과도 냈는데, 얘네가 준다던 아바타 선물을 아직 안 줘서 스크롤 잠시 접어두고 하스스톤을 하고 있다. 빨리 줬으면 좋겠다. 그거 달고 스크롤 하면 다들 "히익 탑랭"하고 놀랄테니 스크롤 복귀할 맛도 나겠지. 그거 줄때까지는 하스스톤을 할 생각이다.


이번에 참가한 인벤 토너먼트는 참가접수 글을 보고 "이거 자소서를 잘 써야 뽑겠구나"라 생각하고 별걸 다 적어서 냈다. TCG 경력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밍 대회 입상경력까지 적어내서 내가 TCG 외적으로도 얼마나 뛰어난지 같이 적어서 제출했다. 확실히 TCG 경력만을 가지고 있던 다른 분들에 비해 조금 유니크한 점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은 한다.(아닐 수도 있겠지.) 여튼 그렇게 선발되어서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일단 대회에 참가하려면 덱이 세개 필요했다. 대회 공지가 올라온 날에 내가 사용하던 덱은 두개, 사제 컨트롤 덱과 성기사였다. 성기사는 조금만 튜닝하면 잘 돌아가겠다 싶은 정도였고, 사제 컨트롤은 상성을 좀 많이 탔다. 세번째 덱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난 왠만하면 세번째 덱도 빅덱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세번째는 큰 마법들 위주의 드루이드 덱을 짜기로 했다.


드루이드는 상위권 플레이어들의 드루이드 덱을 조금 참조해서 구성했다. 역시 아직 안해본 테마의 덱 짤땐 남이 연구해놓은걸 참고하는게 최고다. 그래서 나도 맨날 논문 읽는 거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덱 구성을 조금 수정하니 상성을 잘 타지 않고 러시덱도 잘 잡는 강력한 덱이 되었다. 다만 패가 조금 말리는게 문제였는데, 빅덱이니 그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일단 출전 리스트에 올려뒀다.


성기사는 정말 문제가 없었다. 계속 플레이하며 조금씩 덱 구성을 바꿔갔고, 바꿔도 잘 돌아갔다. 거의 유일한 약점은 초반에 러시덱한테 체력을 뜯긴 후 직뎀마법으로 맞아죽는 일이 많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왕의 수호자를 투입해서 7마나 타이밍쯤 되면 힐카드가 하나쯤 잡히게 했다. 그러니 초반에 좀 뜯기거나 주문덱을 상대할 때도 괜찮은 승률을 유지하게 되었다.


문제는 사제인데, 사제 컨트롤은 해도 해도 상성 문제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약점을 하나 메우면 새로운 약점이 하나 생겨나게 되어서 내가 원하는 컨셉의 덱으로 대회에 나올 덱들 상대로 높은 승률을 보장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던 중 룰이 변화되어 "패자가 다음 경기에서 상대가 사용할 덱을 결정한다"라는 룰이 나왔고, 덕분에 나는 이 덱을 들고 나가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이 구성이라면 멀록같은 덱한테 지목당하면 미래고 과거고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래서 이걸 그만두고 짤 덱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멀록을 할까 생각했다. BOMO님에게 자락서스를 쓰는 멀록덱을 좀 배워봤다. 그런데 자락서스를 쓰건 뭘 쓰건 멀록은 결국 첫턴에 받은 패에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영 맘에 안들었다. 이틀정도 돌려보다가 결국 자락서스나 만들어두고 멀록덱은 구석에 박아뒀다. 나중에 흑마 할일 있으면 쓰겠지.


멀록덱을 포기하고 보니 그 사이 개인적으로 바쁜 일도 있었고 한지라 벌써 대회 이틀 전이었다. 그냥 무난한 사제나 하나 짜야지 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하나 짜놓고 부대장 두장 넣어보니 잘 돌아갔다. 상대가 초반부터 요상한 콤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랭겜은 거의 다 이기더라. 그 덱을 완성한게 대회 전날이었다. 그리고 사제덱을 이런 무난한 구성으로 만든건 대회를 위해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이 다음날 밝혀진다.


이정도 연구를 했고, "운 좋으면 이기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나갔다. 첫 상대분이 유희왕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분이라는 것은 좀 부담이 되었지만, 나도 따지고 보면(프로그래밍이지만) E-스포츠(라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것) 하나 국가대표 타이틀 하나쯤 있지 않은가! 잘 해보면 이길 수도 있겠지. 그렇게 대회날이 되었고, 가끔 가는 양 많은 돈까스 집에서 한끼 해결하고 신도림으로 향했다.


신도림에 도착해서 방송 스튜디오를 찾는게 조금 힘들었다. 스튜디오는 신도림역 근처 고층 아파트 한 칸을 쓰고 있었고, 아파트로서 조금 큰 크기였지만 촬영장으로서 크지는 않았다. 대회 중계진이 선수들 바로 앞에서 중계한지라 대회 참가자들은 이어폰 위에 헤드셋을 한 겹 더 껴서 중계내용을 듣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8강에서는 그게 좀 거슬렸지만 점점 갈수록 익숙해지긴 했다.


열약하다면 열약한 환경이었지만, 대회 진행자분들은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 주셨다. 대회 진행에 대한 설명, 다음 단계 진행 등에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고 경기 전에 일정이 급하게 진행는 일이 없도록 미리 선수를 불러 세팅하게 해서 대회장에 앉아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직원분이 몇가지 정보를 확인한 후 중국집에 식사를 주문하려는데 뭘 드시겠냐고 묻는다. 나는 너무 배가 부르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테니 뭔가 먹지는 않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다른 참가자분(고려대에서 오신 분이 나 말고도 한 분 더 있었다.)과 대화를 하며 마음준비를 했다. 경기를 할 차례가 되면 대기실에서 대회를 구경하던 선수가 불려나가는 식이었다. 나는 8강 A조, 첫 경기였으므로 바로 준비를 했다.


첫 경기 상대는 유희왕 국가대표를 한 경력이 있는 분. 1경기는 유행하는 성기사 비트를 꺼내오셨고 나는 드루이드 빅덱으로 좋은 대응을 했다. 확실히 패가 좋았다. 말리기 쉬운 그 덱이 첫판부터 그러게 좋은 패가 나올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상대가 신의 은총을 잘 발동했음에도 초반 필드를 내주지 않았고, 마나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내 승리로 이어졌다. 2경기는 개풀덱을 꺼내셨고, 내 사제가 지목당했다. 상성상 불리한 게임이므로 한 게임 던질 생각을 하고 손에 잡히는 카드를 냈다. 그런데 개풀덱의 패가 영 잘 풀리지 못했고, 첫 개풀 이후 신성한 폭발이 제대로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회복하며 상대를 압박해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갔다. 대머리수리가 나오는 순간 나는 "이번 판은 끝이구나"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의자에 누워 상대의 다음 덱을 상대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 영웅이 죽지 않은 것이 꽤 의외였다. 바로 일어나서 좋은 기분으로 신폭을 던졌다. 운이 좋았다.


8강 나머지 경기는 재밌게 봤다. B조는 학교 이름을 걸고 온 분들이 나왔는데, 서울대에서 오신 Snipershed님이 고려대에서 오신 Irony님을 2:0으로 이겼다. C조와 D조의 경기 역시 시청하며 그분들이 사용하는 덱의 중점사항을 메모했다. 예를 들어 한분은 리로이 젠킨스를 모든 덱에 넣어 사용하셨는데, 이건 모르고 게임할 때랑 알고 할 때 꽤나 차이가 날 수 있는 요소였으니 메모.


4강전 상대분은 서울대에서 오신 Snipershed님이었다. 이로서 Snipershed님은 vs고려대 2연전.... 첫판은 상대측이 드루이드고 내가 사제. 내 사제는 정신지배 타이밍까지 상대 마법을 경계하며 버티는 덱이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이 전략은 이 경기에서밖에 써먹어본 적이 없다. 이 경기 외에 내 사제가 상대한 것들은 전부 러시덱이었다. 계획대로 상대 드루이드와 비슷한 페이스로 처음부터 중반까지 경기를 이어갔다. 중반에 상대분은 내 패에 정신 지배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라그나로스를 내지 않았지만 그 시점까지 정신 지배는 없었다. 라그나로스와 생각 훔치기로 가져온 육성으로 꽤나 이득을 봤고, 승리했다. 둘째판은 상대분 도적이 말렸다. 게임을 할 때는 몰랐는데 동영상을 보니 정말 말려있으셨다. 나는 드루이드로 평소 하던 그대로 플레이를 해 2:0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다.


그리고 나머지 4강전 1경기가 멀록 미러로 시작하는걸 보고 나는 공포에 떨었다. 적어도 한 판은 멀록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난 정말 멀록이 싫다. 결승 인터뷰때 상대분이 멀록에 대해 언급하자 내가 하늘을 보며 괴로워하는 사진은 친구들에 의해 이미 짤방이 되어 있다.


결승전 상대는 휘련님. 8강 경기부터 다른 모든 분들 중 제일 좋은 플레이를 하셨기에 그리 되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사제 저격을 당하고싶지 않던 나는 1경기에 사제를 꺼낼지 다른 덱을 꺼낼지 고민하다가 결국 드루이드를 꺼냈는데, 상대분이 흑마법사가 아닌 도적을 꺼내셔서 저격 회피에 실패했다. 도적전은 또 한번 감시자가 활약해주는 덕분에 무리 없이 승리했다. 그리고 2경기는 우려하던 사제 대 멀록전이 되었고 상대분이 잘 풀려서 생각대로 패배. 3경기는 성기사 미러. 정의의 칼날에 별로 손해를 보지 않았고 진은검이 때맞추어 나온 덕분에 승리했다. 그리고 4경기 역시 흑마법사와 사제가 지목돼 "그래 역시 승부는 9회부터 시작하는거지"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상대분이 체력버프를 못 뽑고 화염임프를 올리고 그걸 전리품 수집가가 잡을 때부터 꽤 운이 좋게 시작해서 전투대장 두 마리를 별 피해 없이 잡고 그대로 그 게임을 밀리지 않고 이길 수 있었다. 멀록 자체가 운이 많이 작용하는 테마인지라 한 게임쯤 그리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경우가 정말로 발생해 내가 한 게임을 가져가게 되면서 3:1로 결승전에서 승리하였다.


사제를 범용성을 중심으로 짠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러시덱에 지목당하면서도 지목당한 세 판 중 두 판을 가져갈 수 있었다. 만약 당초 계획대로 컨트롤을 짜왔으면 다 졌겠지.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니 오후 1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다. 남아있던 참가자분들과 근처 치킨집에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가 택시를 타고 안암으로 돌아갔다. 치킨집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 게임의 선후공 밸런스가 어떤가", "상위권 유저들에 대한 대우가 어떻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어찌 되리라 보는가" 등.


오는 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태를 확인해보니 "밥 사달라"는 메시지가 알림창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길드 밥 사주고 현질 메우고 해도 상금이 반쪽이므로 아쉽지만 그건 힘들다. 반쪽내고 남은 상금은 여행자금으로 쓸까 하고 있다. 다음번에 뭔가 돈이 생기거나 상금이 들어오거나 하면 모아서 일본에 다녀오고 싶다.


여담이지만, 내 라그나로스는 영웅 쏘는 솜씨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사실 라그나로스는 랜덤공격의 불안정성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카드는 아니지만 나온 턴부터 상대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큰 장점 때문에 일단은 당분간 쓸 생각이다.

Posted by Gravek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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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1 00: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오오 잼나요 2013.11.28 09: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생생한 경기 현장이 느껴져서 저까지 긴장되네요 ㅎㅎㅎ
    그 경기장 관계자들은 학벌 많이 따지나요?... 고려대니 서울대니...
    학벌중심국가니까 어느정도 이해는되는데
    게임유저들한테까지 어느대회 우승했는지 보다 어느학교나왔는지
    학벌을 확인시키는게 좀 그렇네요^^;;;;;;

    우승한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3. openest 2013.12.28 02:1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카르테... 뭐 어쨌건 연구소 가신다더니 안가신 모양이군요. 하스스톤 대회도 나가셨군. 보모님 오랜만에 듣는 이름.. 그럼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