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이후에 다른 토너먼트에 참가할 나를 위한 교재


영상이 따로 없기 때문에 쓰고 자지 않으면 대회내용을 잊을것같다. 이번 대회 내용에는 내가 나중에 비슷한 조건이 걸린 토너먼트에 참가할 때 다시 공부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에 일단 어느정도 적어둬서 나중에 읽고 반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 이번 대회를 주최한 동아리 분께서 대회에 대한 개선사항을 수집하시는 중이라는 글을 읽고 글 아랫쪽에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대회가 개최된다고 선언되었을 때, 나는 굉장히 기뻐했다. 상금이 추가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존에 기뻐했던 것보다 정확히 세배 기뻐했다. 아이패드의 가격은 기존 상금이던 10만원의 네배니까. 다만, 대회 규칙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제시된 규칙은 5판 3선, 3개의 덱을 준비, 사용해서 승리한 덱은 사용불가, 각 덱에 전설 카드 1장 제한이었다. 규칙에 대해서는 맨 아랫쪽에서 몇자 적었다.


나는 사냥꾼, 드루이드, 흑마법사 3개 직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제일 자주 보리라 생각되는 사냥꾼에 대응하기 위한 도발이 많이 들어간 구성을 각각 준비해두었다. 흑마법사 어그로 덱을 상대할 경우에는 수액을 빼고 하늘빛 비룡 등을 넣었다.


드루이드 덱은 흔히 보이는 미드레인지 덱이다. SeatStoryCup에 참가한 StrifeCro의 구성을 참고했다. 드루이드는 의외로 전설 제한 룰에서 나쁘지 않다. 이 게임의 처리하기 까다로운 카드들은 거의 전설 등급이다. 드루이드의 제일 큰 단점이라 볼 수 있는 단일타겟 제압기 부족이 전설 제한때문에 딱히 문제될 게 없어진다. 한 게임에 한 번 나올 라그나로스나 케른만 잘 처리하면 제압기가 없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 전설카드로 세나리우스를 투입한 이유는 첫째로 나이사 타겟을 덱에 하나도 남기지 않기 위함이요, 둘째로 도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러시덱을 상대하기 위한 제 2형태에서는 라그나로스를 쓰는데 이는 마무리용이다. 상대가 러시덱이라면 상대는 나이사를 쓰지도 않을 것이고, 이쪽을 대비하기 위한 덱에는 이미 도발이 충분하리만큼 들어있다. 이 구성의 약점은, 이 덱보다 더 큰걸 노리는 덱에 그냥 무너진다는 점이다. 근데 어차피 위니판이라 그런 덱은 나올 여지가 별로 없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골랐다가 예선 1경기에서 사제에게 첫판 패배를 안고 들어가버렸다.


흑마법사는 거인덱과 멀록덱을 준비했는데, 멀록은 한번도 꺼낼 일이 없었다. 멀록은 사실상 뒤에 뭔가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그냥 들고만 간 것 같다... 까지는 아니고, 상대가 확정된 상태에서 그 덱이 거인덱에 불리한 편이고 사이드보딩으로 유리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경우 꺼낼 예정이었다.


거인덱은 어떤 분의 잘 정리된 글(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13461)을 보고 플레이방법을 익혀두었다. 랭크게임 5급 이상 기준으로 5:5가 나오지 않는 상대는 사냥꾼 정도. 사냥꾼 이외 러시덱들 상대로는 대등한 느낌이다. 사냥꾼 외엔 나올만한 덱을 상대로 거의 다 할만하고, 사냥꾼 상대로도 극도로 우울하진 않으니 채용. 전설 1장 제한인 상태에서 흑기사를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 미드레인지급 이상을 상대로는 일반 룰보다 더 유리하다. 전설 1장 제한에 맞춰 리로이 대신 비전 골렘을 투입했다. 리로이에 비해 마무리용으로도 암흑불길 탄환으로도 조금씩 모자라지만 10마나 이후로 소모전이 될 때 그냥 꺼내서 하늘빛 비룡같은 생물이랑 교환할만하다는 상대적인 장점도 있다. 써보니 괜찮아서 그대로 채용.


사냥꾼도 흑마법사의 경우과 같이 그냥 다른 분의 덱(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12811)을 그대로 연구해 사용했다. 이건 애초에 리로이 외에 들어가는 전설이 없어서 바꿀 점도 없었다. 상대가 사냥꾼을 꺼낼 것이 예상되면 사냥꾼의 징표를 빼고 섬광을 더 넣어 사용했다.


방송을 돌릴 생각이었다. 목적은 기록 후 열람. 근데 자리를 자주 옮겨야 했고, 덱 세팅하기도 바쁜데 방송 세팅할 시간은 없었다. 따라서 방송은 포기.


예선은 3판 2선 5인 1조 토너먼트. D조였다. 한분이 불참해 4인 라운드 로빈이 되었고, 그 중 루리카엘 님에게 2:0 패배하게 되어 2승 1패가 3명 있는 상황이 되었다. 패배한 경기에서는 루리카엘님이 사냥꾼과 흑마법사 러시덱을 연달아 꺼냈고, 이에 사냥꾼과 흑마법사로 각각 대응에 실패했다. 동점자 판정기준인 승패차에 의해 루리카엘님이 D조 1위로 결승 진출. 나는 수리2등급님과 동점자 경기를 통해 어렵게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8강과 4강에서 두 번 다 아는 분을 만났다. 8강에서 별 생각없이 아무 순서로 덱을 내다가 "사냥꾼을 나중에 내면 다들 열심히 준비해온 vs사냥꾼 덱에 털리게 될 것이다"라는걸 그제서야 생각한다. 두 경기 각각 3:0으로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같은 조 예선 1위로 올라가 반대쪽 대진표를 통해 올라온 루리카엘님을 다시 만났다. 예선에서 한번 미리 만난 상대분이었기 때문에 덱 세팅을 미리 해둘 수 있었다. 러시덱을 선호하신다는 것을 미리 알아둔 상태였고, 사용하시는 덱들도 분석이 어느정도 된 덱들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카드들을 고르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여러 게임 토너먼트에 참가하며 훈련된 사이드보딩 기술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결승 첫 경기는 사냥꾼 미러매치. 초반 전개가 좋지 못했고 그대로 끌려갔다. 일부러 한장 넣어둔 수액괴물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러시덱 미러매치는 역시 초반이 제일 중요하다.


두번째 게임은 드루이드 대 흑마법사. 이분이 러시덱 두개를 돌린다는 것과 러시덱을 먼저 꺼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발을 많이 넣어두었다. 그렇게 4턴부터 매턴 하나씩 도발을 꺼내서 안정적으로 필드를 장악해 게임을 가져갔다.


셋째 게임은 사냥꾼 대 흑마법사. 난 별로 러시덱들끼리 싸우는걸 묘사하는걸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좀 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서로 체력이 15 아래로 남은 상태에서 턴이 넘어가지 않는 버그가 발생해 대회 규정에 의해 재경기를 진행했다.


재경기는 초반 전개가 잘 되어서 승리. 개풀 너프좀 해줬으면 좋겠다.


넷째 게임은 흑마법사 대 흑마법사. 상대분 패가 빠르게 피해를 넣기 좋게 나와서 영혼의 불꽃과 압도적인 힘을 맞고 4턴킬 당했다. 비룡 꺼내고 도발 꺼내기도 전에. 


다섯째 게임은 흑마법사 대 드루이드. 나이사도 흑기사도 없는 드루이드는 흑마법사 거인덱에 크게 불리하다. 거인 카드들을 꺼내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대회 진행은 큰 문제가 없었다. 허나 세부 규칙(예선의 동점자 처리)이 미리 공지되지 않았던 점이나 매 경기마다 상대에게 직업을 말하고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직업이나 특정 웹 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열람할 수 있었다면 서로 배틀태그를 묻거나 직업을 묻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설 제한 규칙에 대해서는 예측대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전략 게임에서 서로 제일 고급 테크 건물 하나를 빼놓고 경기하는 것과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초반전략이 유리해지고, 그냥 겉으로만 보면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여러개 생긴다. 이 게임의 고레벨 고효율 카드는 죄다 전설 등급이기 때문에 전설이 없는 강한 덱을 짜는 것은 일단 가능하긴 하지만 종류가 한정되고 만다. 다들 규칙에 의해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던 사냥꾼을 필수인 것처럼 준비했고, 사냥꾼에 불리한 덱은 사장되었다. 고레벨 전설 사용을 강요받는 드루이드나 전사는 꽤 큰 손해를 보고 들어갔고, 그런 전략들을 만날 확률이 낮아져 사제도 손해를 봤다.


대회에서 사용할 덱을 고르기 위해 전설 제한 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덱들을 쳐낸 후에 문제없이 플레이할만한 덱을 고르고 잘 맞는지 실험해야 했다. 이 과정이 굉장히 많은 노력과 기반지식을 요구했다. 이런 선별과정을 거쳐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랭크게임이나 토너먼트에서 유력한 덱을 골라 그대로 연구해 참가하는 것보다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게임을 오래 쉰 나는 혼자 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다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RenieHouR님과 셀레스티님께 감사한다. 게임을 오래 쉰 내가 다시 게임에 적응하고 대회환경을 예측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Posted by Gravek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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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peace.tistory.com BlogIcon 해피쏭:D 2014.03.24 03: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설 제한 규칙이 정말 아쉬울것같네요. 판마에서 시크릿 금지 같은거면 이해하겠지만, 판마로 치면 스페셜카드 금지 정도.. 될까요

  2. ㅇㅇ 2014.04.15 15: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실력님의 무릎에 회원을 탁! 치고 갑니다!

HIT3 참가를 포기했다.


나는 1:1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특히 TCG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는 연습과 연구를 통해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고 내 취향에 맞는 전략을 넓은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강제생성되는 변수를 제어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토너먼트를 아주 좋아하는데,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게임에 임하게 되고 덕분에 그 경기들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HIT3 참가를 포기하는 이유는 내가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번 토너먼트를 즐길 수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즌 1 조기종결, 마법사 너프 이후 갑작스러운 환경 변경, 시즌 2 시작 지연 등으로 인해 게임을 할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연구 효율이 좋지 못해 게임을 해서 이길 자신이 별로 없다. 내가 최선의 경기를 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경기를 해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매 경기의 중요도가 큰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심리적 부담을 준다. 이번 토너먼트는 4일동안 하루에 한 경기씩 치뤄지는데, 혹시 계속 이기기라도 하면 4일동안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부담을 4일동안이나 안고 있느니 차라리 그만두는게 낫겠다 판단했다. 그래서 그만둔다.


HIT2를 우승한 날 irony님과 안암동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혼자 다짐한 "재미보다 부담감이 앞서면 그만둔다"를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하스스톤은 여전히 재미있는 게임이라 생각하므로 내 몸과 정신상태가 좋으면 이후 토너먼트에 참가할 생각이 있다. 물론 이후 토너먼트들도 그때 상황에 따라 참가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참가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 전까지는 Faeria를 할 생각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무수한 분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게임이다.


이번 토너먼트는 보는 것만 즐기기로 했다. 참가자 분들이 각자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해주신다면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함께 연구한 Team WP 분들, 오랫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온 구 카르테 유저그룹 분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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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이브군 2014.01.06 21: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ㄷㄷ 블로그 ㄷㄷ해

드루이드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2

성기사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5

사제 덱과 해설: http://hs.inven.co.kr/dataninfo/deck/view.php?idx=2259

경기 동영상: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511&l=251


나는 21년 인생의 1/3을 TCG와 함께한 플레이어이며, 휴학중인 대학생이다. 이전에는 유희왕, 판타지 마스터즈, 카르테, 스크롤을 열심히 플레이한 적이 있다. 카르테에서는 나름 상위권에 속해있던 유저였고 "에론화이트"라는 이름을 썼다. 최근에 열린 스크롤 오프닝 토너먼트에서 8강에 드는 성과도 냈는데, 얘네가 준다던 아바타 선물을 아직 안 줘서 스크롤 잠시 접어두고 하스스톤을 하고 있다. 빨리 줬으면 좋겠다. 그거 달고 스크롤 하면 다들 "히익 탑랭"하고 놀랄테니 스크롤 복귀할 맛도 나겠지. 그거 줄때까지는 하스스톤을 할 생각이다.


이번에 참가한 인벤 토너먼트는 참가접수 글을 보고 "이거 자소서를 잘 써야 뽑겠구나"라 생각하고 별걸 다 적어서 냈다. TCG 경력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밍 대회 입상경력까지 적어내서 내가 TCG 외적으로도 얼마나 뛰어난지 같이 적어서 제출했다. 확실히 TCG 경력만을 가지고 있던 다른 분들에 비해 조금 유니크한 점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은 한다.(아닐 수도 있겠지.) 여튼 그렇게 선발되어서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일단 대회에 참가하려면 덱이 세개 필요했다. 대회 공지가 올라온 날에 내가 사용하던 덱은 두개, 사제 컨트롤 덱과 성기사였다. 성기사는 조금만 튜닝하면 잘 돌아가겠다 싶은 정도였고, 사제 컨트롤은 상성을 좀 많이 탔다. 세번째 덱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난 왠만하면 세번째 덱도 빅덱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세번째는 큰 마법들 위주의 드루이드 덱을 짜기로 했다.


드루이드는 상위권 플레이어들의 드루이드 덱을 조금 참조해서 구성했다. 역시 아직 안해본 테마의 덱 짤땐 남이 연구해놓은걸 참고하는게 최고다. 그래서 나도 맨날 논문 읽는 거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덱 구성을 조금 수정하니 상성을 잘 타지 않고 러시덱도 잘 잡는 강력한 덱이 되었다. 다만 패가 조금 말리는게 문제였는데, 빅덱이니 그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일단 출전 리스트에 올려뒀다.


성기사는 정말 문제가 없었다. 계속 플레이하며 조금씩 덱 구성을 바꿔갔고, 바꿔도 잘 돌아갔다. 거의 유일한 약점은 초반에 러시덱한테 체력을 뜯긴 후 직뎀마법으로 맞아죽는 일이 많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왕의 수호자를 투입해서 7마나 타이밍쯤 되면 힐카드가 하나쯤 잡히게 했다. 그러니 초반에 좀 뜯기거나 주문덱을 상대할 때도 괜찮은 승률을 유지하게 되었다.


문제는 사제인데, 사제 컨트롤은 해도 해도 상성 문제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약점을 하나 메우면 새로운 약점이 하나 생겨나게 되어서 내가 원하는 컨셉의 덱으로 대회에 나올 덱들 상대로 높은 승률을 보장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던 중 룰이 변화되어 "패자가 다음 경기에서 상대가 사용할 덱을 결정한다"라는 룰이 나왔고, 덕분에 나는 이 덱을 들고 나가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이 구성이라면 멀록같은 덱한테 지목당하면 미래고 과거고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래서 이걸 그만두고 짤 덱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멀록을 할까 생각했다. BOMO님에게 자락서스를 쓰는 멀록덱을 좀 배워봤다. 그런데 자락서스를 쓰건 뭘 쓰건 멀록은 결국 첫턴에 받은 패에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영 맘에 안들었다. 이틀정도 돌려보다가 결국 자락서스나 만들어두고 멀록덱은 구석에 박아뒀다. 나중에 흑마 할일 있으면 쓰겠지.


멀록덱을 포기하고 보니 그 사이 개인적으로 바쁜 일도 있었고 한지라 벌써 대회 이틀 전이었다. 그냥 무난한 사제나 하나 짜야지 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하나 짜놓고 부대장 두장 넣어보니 잘 돌아갔다. 상대가 초반부터 요상한 콤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랭겜은 거의 다 이기더라. 그 덱을 완성한게 대회 전날이었다. 그리고 사제덱을 이런 무난한 구성으로 만든건 대회를 위해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이 다음날 밝혀진다.


이정도 연구를 했고, "운 좋으면 이기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나갔다. 첫 상대분이 유희왕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분이라는 것은 좀 부담이 되었지만, 나도 따지고 보면(프로그래밍이지만) E-스포츠(라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것) 하나 국가대표 타이틀 하나쯤 있지 않은가! 잘 해보면 이길 수도 있겠지. 그렇게 대회날이 되었고, 가끔 가는 양 많은 돈까스 집에서 한끼 해결하고 신도림으로 향했다.


신도림에 도착해서 방송 스튜디오를 찾는게 조금 힘들었다. 스튜디오는 신도림역 근처 고층 아파트 한 칸을 쓰고 있었고, 아파트로서 조금 큰 크기였지만 촬영장으로서 크지는 않았다. 대회 중계진이 선수들 바로 앞에서 중계한지라 대회 참가자들은 이어폰 위에 헤드셋을 한 겹 더 껴서 중계내용을 듣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8강에서는 그게 좀 거슬렸지만 점점 갈수록 익숙해지긴 했다.


열약하다면 열약한 환경이었지만, 대회 진행자분들은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 주셨다. 대회 진행에 대한 설명, 다음 단계 진행 등에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고 경기 전에 일정이 급하게 진행는 일이 없도록 미리 선수를 불러 세팅하게 해서 대회장에 앉아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직원분이 몇가지 정보를 확인한 후 중국집에 식사를 주문하려는데 뭘 드시겠냐고 묻는다. 나는 너무 배가 부르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테니 뭔가 먹지는 않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다른 참가자분(고려대에서 오신 분이 나 말고도 한 분 더 있었다.)과 대화를 하며 마음준비를 했다. 경기를 할 차례가 되면 대기실에서 대회를 구경하던 선수가 불려나가는 식이었다. 나는 8강 A조, 첫 경기였으므로 바로 준비를 했다.


첫 경기 상대는 유희왕 국가대표를 한 경력이 있는 분. 1경기는 유행하는 성기사 비트를 꺼내오셨고 나는 드루이드 빅덱으로 좋은 대응을 했다. 확실히 패가 좋았다. 말리기 쉬운 그 덱이 첫판부터 그러게 좋은 패가 나올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상대가 신의 은총을 잘 발동했음에도 초반 필드를 내주지 않았고, 마나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내 승리로 이어졌다. 2경기는 개풀덱을 꺼내셨고, 내 사제가 지목당했다. 상성상 불리한 게임이므로 한 게임 던질 생각을 하고 손에 잡히는 카드를 냈다. 그런데 개풀덱의 패가 영 잘 풀리지 못했고, 첫 개풀 이후 신성한 폭발이 제대로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회복하며 상대를 압박해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갔다. 대머리수리가 나오는 순간 나는 "이번 판은 끝이구나"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의자에 누워 상대의 다음 덱을 상대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 영웅이 죽지 않은 것이 꽤 의외였다. 바로 일어나서 좋은 기분으로 신폭을 던졌다. 운이 좋았다.


8강 나머지 경기는 재밌게 봤다. B조는 학교 이름을 걸고 온 분들이 나왔는데, 서울대에서 오신 Snipershed님이 고려대에서 오신 Irony님을 2:0으로 이겼다. C조와 D조의 경기 역시 시청하며 그분들이 사용하는 덱의 중점사항을 메모했다. 예를 들어 한분은 리로이 젠킨스를 모든 덱에 넣어 사용하셨는데, 이건 모르고 게임할 때랑 알고 할 때 꽤나 차이가 날 수 있는 요소였으니 메모.


4강전 상대분은 서울대에서 오신 Snipershed님이었다. 이로서 Snipershed님은 vs고려대 2연전.... 첫판은 상대측이 드루이드고 내가 사제. 내 사제는 정신지배 타이밍까지 상대 마법을 경계하며 버티는 덱이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이 전략은 이 경기에서밖에 써먹어본 적이 없다. 이 경기 외에 내 사제가 상대한 것들은 전부 러시덱이었다. 계획대로 상대 드루이드와 비슷한 페이스로 처음부터 중반까지 경기를 이어갔다. 중반에 상대분은 내 패에 정신 지배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라그나로스를 내지 않았지만 그 시점까지 정신 지배는 없었다. 라그나로스와 생각 훔치기로 가져온 육성으로 꽤나 이득을 봤고, 승리했다. 둘째판은 상대분 도적이 말렸다. 게임을 할 때는 몰랐는데 동영상을 보니 정말 말려있으셨다. 나는 드루이드로 평소 하던 그대로 플레이를 해 2:0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다.


그리고 나머지 4강전 1경기가 멀록 미러로 시작하는걸 보고 나는 공포에 떨었다. 적어도 한 판은 멀록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난 정말 멀록이 싫다. 결승 인터뷰때 상대분이 멀록에 대해 언급하자 내가 하늘을 보며 괴로워하는 사진은 친구들에 의해 이미 짤방이 되어 있다.


결승전 상대는 휘련님. 8강 경기부터 다른 모든 분들 중 제일 좋은 플레이를 하셨기에 그리 되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사제 저격을 당하고싶지 않던 나는 1경기에 사제를 꺼낼지 다른 덱을 꺼낼지 고민하다가 결국 드루이드를 꺼냈는데, 상대분이 흑마법사가 아닌 도적을 꺼내셔서 저격 회피에 실패했다. 도적전은 또 한번 감시자가 활약해주는 덕분에 무리 없이 승리했다. 그리고 2경기는 우려하던 사제 대 멀록전이 되었고 상대분이 잘 풀려서 생각대로 패배. 3경기는 성기사 미러. 정의의 칼날에 별로 손해를 보지 않았고 진은검이 때맞추어 나온 덕분에 승리했다. 그리고 4경기 역시 흑마법사와 사제가 지목돼 "그래 역시 승부는 9회부터 시작하는거지"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상대분이 체력버프를 못 뽑고 화염임프를 올리고 그걸 전리품 수집가가 잡을 때부터 꽤 운이 좋게 시작해서 전투대장 두 마리를 별 피해 없이 잡고 그대로 그 게임을 밀리지 않고 이길 수 있었다. 멀록 자체가 운이 많이 작용하는 테마인지라 한 게임쯤 그리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경우가 정말로 발생해 내가 한 게임을 가져가게 되면서 3:1로 결승전에서 승리하였다.


사제를 범용성을 중심으로 짠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러시덱에 지목당하면서도 지목당한 세 판 중 두 판을 가져갈 수 있었다. 만약 당초 계획대로 컨트롤을 짜왔으면 다 졌겠지.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니 오후 1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다. 남아있던 참가자분들과 근처 치킨집에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가 택시를 타고 안암으로 돌아갔다. 치킨집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 게임의 선후공 밸런스가 어떤가", "상위권 유저들에 대한 대우가 어떻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어찌 되리라 보는가" 등.


오는 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태를 확인해보니 "밥 사달라"는 메시지가 알림창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길드 밥 사주고 현질 메우고 해도 상금이 반쪽이므로 아쉽지만 그건 힘들다. 반쪽내고 남은 상금은 여행자금으로 쓸까 하고 있다. 다음번에 뭔가 돈이 생기거나 상금이 들어오거나 하면 모아서 일본에 다녀오고 싶다.


여담이지만, 내 라그나로스는 영웅 쏘는 솜씨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사실 라그나로스는 랜덤공격의 불안정성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카드는 아니지만 나온 턴부터 상대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큰 장점 때문에 일단은 당분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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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1 00: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오오 잼나요 2013.11.28 09: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생생한 경기 현장이 느껴져서 저까지 긴장되네요 ㅎㅎㅎ
    그 경기장 관계자들은 학벌 많이 따지나요?... 고려대니 서울대니...
    학벌중심국가니까 어느정도 이해는되는데
    게임유저들한테까지 어느대회 우승했는지 보다 어느학교나왔는지
    학벌을 확인시키는게 좀 그렇네요^^;;;;;;

    우승한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3. openest 2013.12.28 02: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카르테... 뭐 어쨌건 연구소 가신다더니 안가신 모양이군요. 하스스톤 대회도 나가셨군. 보모님 오랜만에 듣는 이름.. 그럼 수고하세요.